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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17년 거주자가 꼽은 순대국 맛집은?내돈내먹 2023. 1. 17. 21:41반응형
이 글을 작성하기 전 문래동 순대국 관련 글들을 찾아보았다. 대부분의 후기들이 한 두 집에 집중되어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이 동네는 생각보다 먹을 곳이 많고 은근히 맛집들도 많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 있던 가게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되는 곳들도 있는 반면 수년의 교체주기로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곳들도 꽤 많다.
순대국을 좋아하는 나는 이 일대의 식당은 한번 이상은 가봤다. (몇 군데는 배달로 시켜 먹기도)
지금부터 설명은 지극히 개인취향일 수 있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가 꼽은 원픽은 이곳이다.
같이 늙어가는 성실한 주인아저씨 (사장님)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여기서 처음 식사를 한 게 대략 17년을 되었을 거다. 그때 처음 뵈었던 주인아저씨 분이 지금도 주방에서 일을 하신다. 물론 홀 서빙을 담당하는 종업원들은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식당이 그렇듯 조선족이 서빙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서비스(친절함)는 조금 호불호가 갈리는듯하다. 물론 나는 지금까지 불편함 없이 잘 먹고 있다. 나는 주로 저녁에 식사를 하러 가는데 거의 사장님 부부를 매번 보는 것 같다.
어떤 식당이든 주인이 늘 있고, 열심히 한다면 잘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의 내부사정은 모르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있는 것을 보면 이유가 분명 있다.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국물, 건더기 등
솔직히 이 동네 순대국집의 맛은 어디가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기본 찬들도 큰 차이가 없다.
이 집의 기본 찬은 깍두기, 부추무침, 청양고추 썰은 것, 고추, 쌈장이다.
특히 깍두기와 부추무침은 내 입맛에 딱이다. 국에 넣어먹는 생부추를 주는 집도 있긴 하나 무침을 해서 주는 곳은 흔치 않았다. 그리고 유명 셰프가 방송에서 설렁탕의 맛도 대부분 평준화되어 있는데 맛집을 구분하는 것은 깍두기(혹은 김치)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집의 깍두기는 다른 집 깍두기에 비해 맛이 있다. 난 개인적으로 덜 익은 맛보단 잘 익은 맛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쉰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국물의 차이는 가게마다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일단 잡내가 없고 맛이 깊다. 엄청 짜지도 않고 적당하다. 뭔가 프랜차이즈 맛이 아닌 잘 우려낸 육수맛이다. 난 원래 다진 양념을 넣고 먹지 않는다. 가끔씩은 넣어 먹기도 하는데 둘 다 맛은 훌륭하다.
팔팔 끓는 순대국이 나오면 나의 루틴이 있다.
우선 순대는 깍두기 그릇에 놓고 좀 식힌다. ㅋ (뜨거운 것을 잘 못 먹기 때문) 아무래도 국에서 바로 나온 촉촉한 순대가 맛있겠지만 그래도 난 이게 좋다...
그리고 내용물들(건더기)을 다 건져서 그릇에 빼놓고 그것들을 먼저 쌈장에 찍어 먹는다.
전에 사장님이 이렇게 먹는 내 모습을 보고 먹을 줄 안다고 얘기하셨던 기억이 있다. ㅋ 설렁탕, 삼계탕, 갈비탕, 내장탕 등 무엇을 먹든 난 건더기를 먼저 음미하고 국물로 넘어간다.
청양고추 썰은 것은 감기기운이 있거나,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을 때만 넣어 먹는다.
국물은 온전히 밥 전용이다.ㅎ
후추를 팍팍 넣어 먹는다. 순대국만이 아닌 대부분의 국물에 후추를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서 먹으면 항상 아래처럼 싹 비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국물 맛을 보면 알 것이다.
많은 손님들이 기본적으로 소주 한 병은 놓고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술을 일절 먹지 않기에 그 행복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다. 옆에서 보기에 참 행복해 보이더라.
이곳은 광고를 따로 하지는 않는 집 같다. 대부분의 초록창 관련 글들은 특정 식당 몇 곳에 집중되어 있으나 난 개인적으로 그들보다는 이곳을 훨씬 사랑한다. 과연 그 글들 중에 원주민이 쓴 글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문래동에서 순대국을 한번 맛보고자 한다면 꼭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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